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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재성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6)

by 깨우는자동훈 2022. 7. 16.

수동적 순종이라 함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 상에서 죽으심으로 대속의 제물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목적에 순종하신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 하나님의 결정적인 뜻을 이루고자 수동적 순종을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을 입고 성육신 할 때에, 자기 백성들을 위하여 고난을 당하시는 사역이 시작되었다. 이 타락한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닥치는 고난을 예수님은 전혀 당하지 않아도 되는 분이다.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하는 재해들, 압박들, 거부당함, 상처들, 고통들을 예수님도 역시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덤에 장사되기까지 다 체험하셨다. 그리스도는 자기 백성의 죄를 지고 가는 고난받는 종이다(53:1-9).

 

예수 그리스도는 고난과 죽음을 기꺼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선포했다. 그분은 순교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중보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구원은 중보자의 피와 눈물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다”(10:45). 메이첸 박사는 그리스도의 전 생애 동안 벌어진 일은 죄의 값을 지불하려는 것이었다. 그의 생애의 모든 순간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영광스럽게 준수하는 일부분들로 구성되어졌고, 그로 인해서 자기 백성들에게 영생을 선물로 가져다 줄 수 있었다고 풀이했다. 그리스도 자신이 만물의 주님이시므로 전혀 그렇게 순종할 것을 그 누구도 요구할 수 없지만,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고, 우리를 위해서 사셨다.

 

앞에서 설명한 그리스도의 순종적인 생애를 간략하게 압축하자면,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다소 신학용어 상의 오해가 있으므로, 어떻게 해서 이런 개념이 쓰이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 신학에서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화해라는 개념이 훨씬 더 비중 있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그리스도의 그리스도의 희생, 즉 순종하심으로 이루어낸 대속제물 되심에 근거한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으로 얻은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우리 믿는 성도들이 전가 받는다는 것이 대속적 형벌이라는 속죄론의 핵심사항으로서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물론이요, 루터파 신학자들까지도 대부분 동의하고, 공유한 부분이다. 기본 개념은 하나님의 의로우심으로 인해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율법에 대해서 온전한 순종을 요구하신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모두를 이루심으로써, 율법 앞에서 완전한 의로움을 성취하셨고, 그를 신뢰하는 자들에게도 동일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만드셨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서 60문에서,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으로 하나님께서는 믿는 자들에게 마치 전혀 죄를 범하지 않은 자들인 것처럼 인정하셨다. 그리스도의 의로우심을, 믿음을 가진 자들의 것으로 전가한다는 점이 칭의와 성화의 긍정적 요소를 구성하는 것이다.

 

칭의론과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교리는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 요체이다. 종교개혁의 선두주자였던 루터와 칼빈 모두 다 칭의교리를 중요시했는데, 교회가 세워지느냐 무너지느냐를 결정한다고 판단했다. 종교개혁 후기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들은 로마 가톨릭의 집요한 공격과 알미니안주의가 대두되는 혼탁한 상황 속에서 이 교리를 지켜내고자 노력했었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와 그 기초인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처럼 한가롭게 탁상공론하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이 주제와 관련된 쟁점들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종교개혁 후기, 17세기 프랑스 개혁주의 교회들은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다뤘고, 각 지역에서 문서들을 작성하였는데, 한결같이 개혁주의 정통신학자들과 루터파 주류 신학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동적 의로움과 함께, 능동적 순종의 의로움을 우리의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로움의 전가교리를 확고히 설명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그리스도와 연합되었기 때문에 의롭다고 간주하신다.

 

끝으로, 개혁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는 하나님께서 아담과 맺은 행위언약을 성취하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후기 개혁주의 정통신학에서 언약사상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이같은 성경연구를 통해서 복음의 본질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었다. 17세기에는 행위언약의 개념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었는데, 일부 신학자들은 자연언약, 생명언약, 에덴언약 등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최근에 행위언약의 개념을 아담적 시행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을 제안한 머레이 교수도 그 언약이 바로 능동적 순종의 전가를 통해서 성취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앞으로도 논의하겠지만,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행위언약의 개념을 거부하는 일부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

 

김재성 교수

김재성 박사는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개혁주의 신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칼빈의 신학사상과 정통개혁신학의

흐름과 주제들과 주요 신학자들을 추적하여 소개하는데 앞장서 왔다.

현재는 국제신학대학원 대학교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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